갑상선 진료를 받다보면 의사들마다 의견이 달라 환우님들이 너무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. 저는 그냥 믿을만한 의사에게 진료 받으시고 병원 여기저기 다니시지 말라는 주장을 늘 하고 있습니다만..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더 풀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.
1. 전문가인가 아닌가?
-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당연히 비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면 됩니다. 문제는 환우님들 입장에서 누가 전문가이고 누가 비전문가인지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죠.
- 이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수는 없죠. 그러나 제 생각에, 비교적 안전한 기준은 이렇습니다. "교수님이든, 개원의든 갑상선을 중심으로 진료하는 의사"라면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. 현실적으로는 최상급 대학병원일도 "갑상선만" 진료하긴 힘들기 때문에 갑상선 + 목질환, 갑상선 + 유방질환, 갑상선 + 당뇨 등 내분비 질환.. 이런 정도의 범위에서 진료하시는 의사라면 전문가라고 보셔도 됩니다.
-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, 메뉴가 몇개 없는 냉면 전문점과 벽에 한가득 메뉴가 있는 식당에서 냉면도 하는 것과 그런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.
1-1. 돌팔이거나 똘아이는 아닌가?
- 비 전문가 축에도 못 드는 돌팔이도 있습니다. 제 생각에 갑상선 돌팔이는 환자에게 겁을 잔뜩 들게하여 비싼 비급여 진료를 강요하는 의사가 대표적인 돌팔이입니다.
- 똘아이도 있습니다. 대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댓글을 다는 그런 사람들입니다.
- 문제는 이런 해악을 끼치는 정보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. 환우님들 입장에선 그러쟎아도 불안하여 진료를 받거니 인터넷을 뒤졌는데, 이렇게 겁나는 이야기를 보게되면 더욱 위축되고 제대로 된 진료를 받고 나서도 두려움에서 헤어날 수가 없게됩니다.
1-2. 내가 알게된 정보가 누구 입에서 나온건지 중요합니다. 꼭 따져보세요.
- 전문가에게 진료 받고 들은 이야기시라면 신빙성이 높습니다.
- 비전문가, 돌팔이, 똘아이가 한 말이라면 틀릴 가능성이 있으니 전문가에게 진료를 다시 받으십시요. 그리고 특히 돌팔이나 똘아이가 한 말은 머리에서 지우십시요. 그래야 지금 당면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.
2. 전문가끼리도 말이 다르다면?
- 전문가들끼리는 전부 같은 말을 해야 하나요? 그렇지 않습니다. 최고 수준의 전문가 사이에서도 같은 상황을 보고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. 실제로는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. 예를 들면, 오늘 이시간, 똑 같은 경제 상황에서 어떤 전문가는 삼성전자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말하고, 다른 전문가는 내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. 그런 일이 이상한 것 아니쟎아요?
2-1. 정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문제입니다.
- 삼성전자 주식은 오를까요? 내릴까요? 여기에 정답은 없습니다. 단 1분뒤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. 갑상선 진료 중에 내리는 판정도 마찬가지입니다. 누구는 수술하라고 하고, 누구는 놔둬도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. 누구 말은 정답이고, 누구 말은 오답일꺼라고 생각하시기 일이 꼬이는 것입니다.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. 두사람 다 전문가라면 둘다 정답입니다.
2-2. 전재산을 맡긴다면 누구에게 맡기시겠습니까?
- 삼성전자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에게 맡기시겠습니까? 아니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에게 맡기시겠습니까?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된다는게 이 글의 주제입니다. 삼성전자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는 어짜피 지금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는지 보고 내 재산을 맡기겠다.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.
- 삼성전자 주식이 오르든 내리든, 저 전문가는 내 재산을 지켜줄 것이다. 그 믿음이 가는 전문가에게 내 재산을 맡겨야 합니다. 주식이 오를 줄 알았는데 금방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. 이런 순간은 매분, 매초 찾아옵니다. 그 때 내 재산을 맡은 전문가가 최선을 다하고, 내 돈 한푼 허투루 여기지 않고, 혹시 판단이 잘못됐으면 손실을 최소화하고 그렇게 믿음질스럽게 내 재산을 지켜줄 전문가가 나에게 필요한 것이지, 이번에 삼성전자가 오를 거라고 맞춘 전문가가 앞으로도 계속 맞출 것이다.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.
2-3. 나의 갑상선을 누구에게 맡기시겠습니까?
- 수술을 하는게 맞는가? 놔두는게 맞는가? 뭐가 맞을지는 어짜피 지금 모릅니다. 미래가 되어 봐야 정답이 나올 것입니다.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까요? 수술을 하자는 전문가든 놔두자는 전문가든, 믿음이 가는 전문가, 저 의사라면 내 갑상선, 내 몸을 절대 허투루 하지 않을 것이다. 혹시 지금 판단이 틀렸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. 그런 전문가에게 내 몸을 맡기셔야 합니다.
2-4. 지금 팩트체크를 하고 계십니까?
- 수술을 하는게 맞는지, 놔두는게 맞는지 팩트체크를 하시고, 진단서, 진료기록, 판독문 발급 받아서 번역해 보시고, 모르는 단어 찾아보시고, 인터넷에 궁금한거 올려서 댓글로 문의하시고.. 그렇게 하면 수술하는게 맞는지 놔두는게 맞는지 판단할 수 있을까요? 절대 그럴리 없다는데 제 손가락을 걸 수 있습니다.
- 팩트체크의 문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 뿐 아니라, 팩트체크 과정에서 읽거나 보게 되는 수 많은 정보 들 중에서 "안 좋은" 이야기들을 다 나랑 관련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게 만드는, 아주 해로운 영향이 있습니다. 인터넷을 보고 유튜브를 찾으면서 몇날 며칠을 밤새는 분들의 대부분은 과잉진료를 선택하게 되는 경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. 얼마나 큰 손해입니까?
3. 저도 이제 구세대라..
- 저는 이렇게 DIY 로 팩트체크 하시 마시고, 그 시간에 누가 믿을만한 주치의인지 생각해보시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. 그렇게 주치의를 선택하시고, 철썩 같이 믿는 것이 무조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. 그러나 그간 의사들도 이렇게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는 것을 안타깝지만 잘 알고 있습니다. 그럼에도 제가 아는 갑상선 하시는 분들은 대개는 다 정말 책임감 출중하시고, 너무 좋은 분들이신데.. 그냥 믿으시면 되는데 팩트체크 하시고 의사 5,6 명씩 만나느라 몇날 며칠을 고생하시고 그러시는 환우님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.
- 제가 다른 약속은 못 드려도 저 한테 오시면, 소신껏 제 소견 말씀드리고, 최선을 다 하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습니다. 저는 수술만 빼고 갑상선 결절과 관련된 진료는 다 할 수 있습니다.
- 단, 저한테 오셔서 인터넷에 보니까 이런 말이 있던데 .. 다른 의사는 이렇게 말하던데 .. 원장님 유튜브 보니 이렇게 얘기 하시던데 지금은 왜? .. 이렇게 팩트체크 하시는 분들께는 대답 잘 안해드립니다. 혼자서도 팩트체크 하지 마시라는게 제 소신인데, 저한테 팩트체크를 하시는건 정말 말이 안되쟎아요? 그리고, 솔직히, 그렇게 질문하시는 분들 중에 지금 뭘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데는 중요한 질문 하시는 분 거의 못 뵈었습니다. 그게 제가 지금 이렇게 당돌한 글을 자신있게 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.